The Empty Man 들어가며.
믿음이 괴물을 만든다: 공허와 존재에 대한 오컬트 스릴러 영화 “The empty man” 은 2020년 개봉 당시 큰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컬트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수작입니다.
2014년 발간된 컬렌번과 바네사 R. 델 레이의 만화와 소설이 합쳐진 장르인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영화에 대한 줄거리 및 평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막: 기원과 전조
영화는 1995년 부탄에서 시작됩니다. 등반가 그룹이 신비한 동굴에 갇히게 됩니다, 이 동굴은 단순한 자연 구조물이 아니라, 초월적 존재와 접속하는 신성한 장소처럼 묘사되며, 그 중심에는 사람 형태의 기괴한 기형 해골과 그 앞에 놓인 피리가 있습니다. 피리를 불자 초자연적인 존재가 나타나 그들을 공격하고, 폴만이 유일한 생존자가 됩니다. 이 프롤로그는 엠티맨의 기원과 그 힘의 일부를 보여주며, 영화의 초자연적 공포의 분위기를 설정합니다.
2년 후, 이야기는 미주리 주의 작은 마을로 옮겨갑니다. 은퇴한 형사 제임스 라솜브라는 아내와 아들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친구의 딸인 십대 소녀 아만다가 실종된 사건을 맡게 되고, 수사 과정에서 ‘엠티맨’이라는 도시 전설을 접하게 됩니다. 아만다는 실종 전, “엠티맨을 생각하지 마, 그는 너를 보고 있어”라는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를 남깁니다. 엠티맨은 특정한 방식으로 불려져 사람들을 죽음이나 광기로 몰아넣는 존재로, 10대들 사이에서 괴담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조사를 이어가며 라솜브라는 아만다와 친구들이 한 다리 위에서 병을 불며 ‘엠티맨’을 부르는 의식을 수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십대들이 병을 불며 ‘엠티맨’을 부르는 장면은 단순한 도시 괴담처럼 보이지만, 이후 실제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과 함께 되돌아볼 때 더욱 섬뜩한 감정을 자아냅니다.

특히 병의 소리를 매개로 ‘그 무엇’이 이 세계로 들어온다는 설정은 고대 악령 소환 의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이 도시 전설은 단순한 괴담처럼 보이지만, 이후 벌어지는 집단 자살, 환각, 실종 등 현실 세계의 이상 현상들과 교차되며 진실에 가까워집니다.
라솜브라는 처음에는 이 전설을 단순한 헛소문으로 치부하지만, 실종 사건과 연관된 기이한 단서들을 발견하면서 점차 초자연적인 현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됩니다.
2막: 심화되는 미스터리와 조사
라솜브라는 아만다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면서 엠티맨 전설에 얽힌 더욱 기괴한 사건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는 폰텍 연구소라는 신비로운 단체를 발견하고, 그들이 엠티맨을 숭배하며 그의 힘을 숭상하는 비밀 컬트 집단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신비주의적 자기 계발 단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엠티맨이라는 초월적 존재를 현실화하기 위해 작동하는 신흥 오컬트 종교입니다. 그들은 ‘공허(Void)’를 숭배하며, 인간의 의식과 믿음을 매개체로 존재하지 않는 실체를 이 세상에 구현하려 합니다.
폰텍 연구소의 집단 의식 장면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검은 망토를 두르고 염불처럼 융합된 언어를 읊조리며 소름을 끼치게 합니다. 이 장면은 <미드소마>나 <세이렌>, 혹은 <헤러디터리>의 의식을 연상시키며, 공포의 정점 중 하나입니다.
라솜브라는 폰텍 연구소의 활동을 파헤치면서 점점 더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그는 기이한 환각과 악몽에 시달리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광기에 휩싸여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목격하고, 엠티맨의 영향력이 점점 더 넓고 강력해지고 있음을 감지합니다. 이 과정에서 라솜브라 자신도 엠티맨과 폰텍 연구소의 음모에 휘말려 있으며, 그의 과거와 기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합니다.
3막: 진실과 파국
영화는 충격적인 반전을 향해 치닫습니다. 라솜브라는 자신이 엠티맨의 숙주로 선택된 존재이며, 그의 모든 기억과 정체성이 조작된 것임을 알게 됩니다. 폰텍 연구소는 라솜브라를 엠티맨을 위한 완벽한 그릇으로 만들기 위해 그의 인생 전체를 조작한 것입니다. 아만다의 실종 사건은 라솜브라를 엠티맨에게 더욱 가까이 데려가기 위한 정교하게 짜여진 계획의 일부였습니다.
“너는 결코 너였던 적이 없다”: 라솜브라는 결국 자신이 과거의 상실을 겪은 형사가 아니라, 폰텍 연구소에 의해 만들어진 인조적 존재, 즉 ‘숙주’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의 기억, 감정, 동기 자체가 허상이었으며, 그의 ‘조사’는 엠티맨의 소환 의식에 불과했다는 충격적인 반전은 영화의 세계관을 완전히 전복시킵니다. 영화는 인간의 믿음과 의식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에 대한 섬뜩한 메시지를 던지며 끝을 맺습니다.
영화는 ‘공허함(empty, 혹은 void)’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간이 내면의 결핍과 상실, 죄책감에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이런 틈을 초월적 존재나 사이비 집단이 어떻게 파고드는지를 보여줍니다. 주인공 제임스는 자신의 죄책감(아내와 아들이 죽던 순간 외도를 하고 있었던 사실)에 시달리며, 결국 엠티맨의 새로운 매개체가 되는 운명을 맞이합니다.
마치며.

“The Empty Man”은 단순한 공포 영화를 넘어, 인간의 믿음과 의식, 그리고 현실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엠티맨이라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통해, 인간이 가진 믿음과 공포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동시에, 폰텍 연구소라는 컬트 집단을 통해, 광신적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경고합니다. 영화의 결말은 관객에게 깊은 여운과 불편한 진실을 남기며, 우리 자신의 믿음과 현실 인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평론가들의 평가는 초반부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 오컬트적 분위기, 사운드 디자인 등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공포와 미스터리, 오컬트적 색채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러나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 중후반부의 다소 산만한 전개, 과도한 장르적 혼합 등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됩니다
일반 시청자들은 몰입감 있는 초반부와 독특한 오컬트 설정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으나, 결말부의 난해함과 설명 부족, 느린 전개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박스오피스에서는 과소평가되었으나, 마니아층에서는 컬트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The Empty Man”은 동굴 속 고대 사체, 빈 병, 집단 의식, 오컬트적 상징물, 집단 자살 등 다양한 오컬트 소품과 장면을 통해, 인간 내면의 공허함과 초월적 공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입니다. 동서양 오컬트의 요소가 혼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종합적으로, “The Empty Man”은 오컬트와 심리적 공포, 인간 내면의 결핍을 독특하게 결합한 작품으로, 호불호가 뚜렷하지만 장르 팬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The Empty Man”은 단순한 놀람을 넘어, 믿음과 존재의 본질을 파고드는 깊은 공포를 선사합니다.
동서양의 묘한 분위기와 음악은 단순한 공포가 아닌 섬뜩함을 선사해줍니다. 오컬트, 철학, 심리적 스릴러가 절묘하게 얽힌 이 작품, 다가오는 여름의 더위를 잊기위한 작품으로 추천합니다.